"창살 없는 감옥살이" 불치병 '연축성 발성 장애'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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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살 없는 감옥살이" 불치병 '연축성 발성 장애' 아시나요?
  • 윤도원 기자
  • 승인 2020.09.18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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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지와 상관 없이 목소리 떨림, 끊김 현상, 발음 어려움 등 발생
- 발병 원인 미규명의 불치병으로 장애 등급 판정, 제도 혜택 無
- 치료법 없지만 보톡스 주사로 증상 완화…지방의 경우 서울 왕복 부담
- 보건복지부 등 정부 차원서 제도 마련 절실

#. 상대방과 첫마디에서 목이 턱 막혀요.

“제가 커피를 마시려고 카페에 가잖아요?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라고 주문할 때 첫음절 ‘아’가 안 나와요. 그럼 점원은 못 알아들어서 다시 묻고요. 정말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라 어떨 때는 그냥 돌아와서 집에서 마셔요.”

최씨가 10년 넘게 앓고 있는 ‘연축성 발성 장애’는 불치병이다. 이 병을 고치기 위해 지방병원의 이비인후과도 다 다녀보고, 자가용과 KTX를 이용해 서울에 있는 병원까지 가봤지만 허사였다. 음성기구장비와 치료 프로그램이 전무한 탓이었다.

또다른 방법으로 음향검사, 공기역학검사, 후두근전도 검사 등이 있으나 효과는 그때뿐이라서 인내를 가지고 고치려고 해도 중간에 포기하는 환자가 대다수라는 것.

최씨는 “병원에서 장애라고 명명하지만 장애인 등급은 없고 겉은 멀쩡하고. 그러니 타인들은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해버린다. 환자처럼 안 본다는 얘기다”라며 “일도 할 수 없고, 가족들조차 이 병을 이해 못 해 더욱 죽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어 “집에서 숨어지내고 부모하고도 통화하기 힘들고 피하게 되고 명절이 다가오면 신경쇠약증에 걸릴 정도다. 이러다가 여러 가지 정신병이 한 번에 덮쳐올 것 같다”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의료계에서 설명하는 ‘연축성 발성 장애’란 성대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뇌의 신경이 잘못된 신호를 보내서 성대나 발성 기관이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여 목소리가 떨리는 질환이다.

무의식적으로 목소리가 떨려서 면접이나 대화 등 직장생활이나 사회활동을 크게 방해하지만, 긴장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오해할 뿐 병이라는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이 병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뇌신경 조절 장애로 여겨지고 있다.

그중 약 40%는 정신적인 충격이나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악화, 과도한 목소리 사용과 관련이 있으며 약 22%는 신경증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뇌와 연결이 되어 있는 신경의 압박으로까지 이어져 신경외과 진료까지 받아야 할 상황에 치닫는다.

또 대인관계의 갈등이나 환경적 스트레스 등의 심리적인 원인과 뇌에서 뇌간, 뇌간에서 후두까지 도달하는 신경전달과정에서 일부 억제 신경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과도한 신호를 후두에 보내 발성에 관련된 약 50개의 후두근육 중 일부가 잘못된 움직임을 갖게 되는 신경학적인 원인이 동시에 관여한다고 추정되고 있다.

연축성 발성 장애의 목소리 떨림이나 끊김 현상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생하며 조절할 수도 없어 전화통화를 하거나 큰 소리로 말을 할 때 특정 발음이 잘되지 않는 등의 증상을 보이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고음을 내기 어렵고 목소리가 갈라지고 쉬는 등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치료방법이 없지만, 증상을 완화 시키는 방법은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문제를 일으키는 일부 성대 근육에만 선택적으로 보톡스를 주입하는 것이다.

보톡스 주입술은 보톡스의 주입 부위와 양을 조절하는 것이 치료 효과를 내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최씨는 “연축성 발성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마지막 희망은 보톡스 주사를 맞는 것이다. 대부분이 이 방법에 의존하지만, 지방은 신뢰하기 어렵고 서울은 왕복 비용도 만만치 않아 부담이 커 맞을 수가 없었다”며 “게다가 보톡스는 기본이 30만 원이고 실비청구를 해도 다 받아주지 않아 의료 보험 혜택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연축성 발성 장애에 대한 장애 등급이 판정돼있지 않다 보니 아무런 혜택도 받을 수가 없는 실정이라는 것.

게다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보톡스 주사도 잘 못 맞거나 내성이 생길 경우 기본적인 말조차 끊길 위험이 있어 보건복지부 등 정부 기관에서 관심을 가지고 장애 등급 판정, 치료비 등의 의료혜택 부여 등의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씨는 “연축성 발성 장애자는 창살 없는 감옥에 사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소심한 성격으로 변하면서 혼자 지내다 우울증까지 겹치다 보면 자살 충동까지 일으키는 게 다반사다. 하루라도 빨리 마음 놓고 치료받아 이 고통을 덜어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제도가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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