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추천으로 ‘존경받는 기업인’ 뽑은 중기부 "체계 점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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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추천으로 ‘존경받는 기업인’ 뽑은 중기부 "체계 점검 필요"
  • 윤도원 기자
  • 승인 2021.10.0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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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경받는 기업인' 수상자 88%가 ‘자기 추천’으로 선정
- 신청자가 자가점검하는 체크리스트를 평가방법으로 활용
- 이렇게 선정한 기업인들에 혈세로 만든 혜택ㆍ명예 부여
- 제조정지ㆍ과태료ㆍ벌금형 받고 대표 교체돼도 정책지원 그대로
- 김 의원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기업인 선정으로 계속 국민에게 존경받을 수 있도록 체계 점검해야”
김정재 의원.
김정재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정책사업인 ‘존경받는 기업인’에 선정된 수상자들 대부분이 스스로 본인을 ‘셀프 추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선정기업이 업계 모범이 될 자격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중기부가 홍보에만 몰두하느라 사후 관리마저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정재 국회의원(국민의힘ㆍ포항북구)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존경받는 기업인’ 정책사업을 시작한 2016년부터 현재까지 선정된 기업인은 총 59명. 이 가운데 52명(88%)이 스스로 본인을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셀프신청’을 했다. 그 외 기관 추천은 6명(10%), 국민 추천은 1명(2%)에 그쳤다.

'존경받는 기업인' 사업은 근로자와 이익을 공유하고 인재 육성에 힘쓰는 성과공유 기업을 정부가 선정해 지원하는 정책사업이다. 선정 시 각종 혜택 때문인지 대부분이 직접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존경받는 기업인’ 신청ㆍ접수와 선정 현황을 보면 신청인 총 735명 가운데 직접 신청(셀프 추천) 비율이 67%(494명)에 이른다. 기관 추천 30%(218명), 국민 추천 3%(23명)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선정 과정의 객관성도 떨어지는 점도 지적됐다. 현장평가에 반영되는 임ㆍ직원 인터뷰의 경우 외부 평가위원이 기업 현장을 방문해 이뤄져, 자신이 재직하고 있는 기업의 사장에 대해 부정적인 인터뷰를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평판검증의 경우 지난해까지 인터넷 조사와 자가 체크리스트(점검표)가 전부였던 것으로 확인돼 ‘셀프신청’에 이은 ‘셀프검증’이라는 비판이다.

선정 이후 사후 관리도 전혀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기부는 ‘존경받는 기업인 선정사업 운영지침’을 통해 형사처분이나 부도덕한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선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김정재 의원실이 2016~2021년에 걸쳐 최종 선정된 ‘존경 받는 기업인’총 59명과 이들이 속한 기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일부 업체가 선정 취소 관련 규정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2016년 선정된 S업체(제과업체)의 경우 선정 이후 2019년 품질검사ㆍ제조보고 미실시로 행정처분을 받은 데 이어 영업허가 없이 제품을 판매해 형사처분까지 받아 논란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지원정책 우대 혜택을 받고 있다.

N업체(여행업체)는 선정 이후 업체가 인수되는 과정에서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선정됐던 대표가 교체되었지만, 과거에 선정됐다는 이유만으로 지금까지 정부 지원 수혜자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운영지침에는 ‘선정취소 사유에 대해 해마다 2회(상ㆍ하반기, 필요 시 수시) 이상 조사하고, 조사 결과를 관리기관에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주관기관인 중진공이 이러한 정보들을 제대로 점검하지도, 사업 관리ㆍ운영에 제때 반영하지도 못하고 있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김정재 국회의원은 “존경받는 기업인에 선정된 기업인과 기업에 정부가 지원하는 우대 혜택이 선정 후 문제를 일으킨 기업에게도 정부가 지원을 계속하는 것은 성과 공유 문화를 확산한다는 정책사업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기업인이 선정되고 그 기업이 계속 국민에게 존경받을 수 있도록 선정과정과 점검체계를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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